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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이야기가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소개하는
휘뚜의 Monthly Magazine
"악필이네요."
휘뚜 동료인 P 양이 제 글씨를 보며 자주 하는 말입니다.
"나 서예학원 출신이야."라고 변명하지만 사실 알고 있어요.
글씨를 보여줘야 하는 때마다
P 양에게 부탁하고 있던 저의 모습을..
샤워 직후 거울을 볼 때 잘생겨 보일 때가 있는 것처럼
가끔 제 글씨를 보며 감탄할 때가 있긴 합니다.
생각해 보면 연필을 쓸 때였던 거 같아요.
종이와의 마찰력이 적당한 연필로
한 글자씩 집중하면서 썼을 때
잠시나마 악필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듭니다.
이번 월간휘뚜 VOL.11은
악필도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연필' 입니다.
연필을 왜 써요?6인치의 모바일 화면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되는 하루는 잠이 들기 전까지 끝나지 않아요.
인터넷을 통해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들을 찾아보고, 이메일을 쓰고, 웹툰을 보거나 밀린 드라마를 보기도 하죠. 디지털과 함께하는 평소의 루틴을 좋아하지만 그중에는 오롯이 내 것이 없는 느낌을 받곤 해요.
오늘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조용한 공간에서 연필로 끄적거릴 때 정리가 되는 느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이 정립되는 느낌을 받아요.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굳이 연필이 아니어도 되지만 연필을 쓸 때 들리는 소리가 좋고,
생각들이 글로 표현되지 않을 때 그리는 그림들이 연필로 표현하기 좋을 때가 많아서 자주 손이 가요.
사용한 만큼 마모되어 더 이상은 쥐기 어려운 상태가 될 때 느끼는 희열도 연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인 듯해요. | 나에게 맞는 연필은?목적과 취향에 따라 정말 다양한 연필이 존재해요.
필기 혹은 공부할 때와 같이 촘촘히 글을 쓰는 경우엔 단단한 경도(HB 이하)가, 아이디어 스케치와 같이 종이의 여백을 넓게 쓰는 경우엔 부드러운 경도 (B 이상)이 좋아요.
저는 사각사각 소리와 종이와 연필의 마찰을 좋아하는 편이고, P 양은 진하고 부드러운 필감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연필의 모양이나 컬러, 그리고 연필을 쥐었을 때의 그립감이나 무게 중심의 위치에 따라서도 선호도가 달라져요.
그래서 다양한 목적과 취향에 부합하는 연필을 찾아가는 과정도 연필을 좋아하게 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경도 등급이라 하더라도 제조사에 따라 실제 느껴지는 진하기와 필기감은 달라요. 2B 지만 써보면 다른 제조사의 HB 연필과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
몽당연필을 모아보세요.계속 쓰고 깎다가 결국은 잡기 어려워지는 연필들을 유리병에 하나둘씩 모아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전까지는 연필깍지를 이용해 끝까지 쓰고요. |
연필에 담긴 이야기들수 세기 동안의 시간이 지나면서 연필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세계 최초의 연필 회사는 STAEDTLER(스테들러)지만 공식 타이틀 획득은 FABER-CASTELL(파버카스텔)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연필, '블랙윙 602'을 만든 연필 회사 창립자 에버하르트 파버는 독일 FABER-CASTELL 창립자의 증손자' '1889년 파리 세계박람회에서 KOH-I-NOOR(코이누르)의 노란색 연필 1500이 인기를 얻기 전까지는 연필 외관에 페인트칠하는 건 결함을 감추기 위함이었고, KOH-I-NOOR가 노란색을 미국에서 노란색 연필 대명사는 딕슨 타이콘테로가라는 이야기' 등 어쩌면 연필을 쓰는 것보다 그것이 지닌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가 더 좋을지도 몰라요. *연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연필 이야기> - Caroline Weaver, 2017을 추천드립니다! | 또한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디자인을 유지해온 연필들은 사용자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담겨있어요.
Musgrave 의 연필처럼 수십 년간 바뀌지 않은 디자인은 이제는 어른이 된 사람들이 학창 시절 기억들을 떠올리는 향수를 느끼게 해요. |
일상에서도 , 여행에서도
그림을 그려보세요. 보고 느낀 것들을 스케치로 담아보세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것은 전혀 상관없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미술시간을 싫어했어요. 그림엔 영 소질이 없거든요. 지금도 같아요. 잘 못 그리지만, 그리고 저만 알아볼 수 있지만 스케치로 평범했던 순간들을 잡아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런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여행을 갔을 때도 연필을 들고 가는 편이에요 사진도 좋지만 카페에 앉아 끄적끄적 거리다 보면 그것 또한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 마치며
미술활동을 제외하고 실용성의 측면에서 연필을 대체할 만한 것들은 이미 많이 있고, 단지 추억만으로 연필을 사용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수동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는 찰나의 시간과 연필로 종이에 한자씩 적어갈 때의 느낌, 그리고 사용한 만큼 닳아 없어지는 만큼 뚜렷하게 자라나는 생각들을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연필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주는 물건으로 계속 자리했으면 좋겠습니다. |